전문낭독] 조은산 청원 시리즈 2탄, '거천삼석 상소문' (15분)
디케D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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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0 09:43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폐하
천지신명이 동하여 새로운 하늘이 열렸으니
낡고 묵은 것은 풍우에 쓸려 사라지며
전지전능한 민주와 촛불의 기치 앞에
새로운 가치와 척도가 이 땅에 세워졌는 바,
비로소 만물이 다주택, 일주택, 무주택으로 나뉘어지는
천하삼분책이 강립하였고
이른 바 뉴우-노멀의 시대가 도래하여
조정 대신들과 관료들의 새로운 인사기준이
명확해졌으며 또한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척도가
바로 세워졌으니 참으로 경하드려 마땅할 일이옵니다
다주택자를 척살해 세금을 취하는 경제의 논리에서
작금에 이르러는 이를 도덕적 가치로까지 삼아
다주택자냐 일주택자냐 무주택자냐하는 시비가
조정의 대신들에게까지 들불같이 번졌는 바,
조정 대신들은 폐하께서 수여하신
존엄한 임명장 대신 등기권리증을 택하여
야반도주를 감행하였고 이는 모두
폐하의 높으신 공덕이오 치적인 까닭이니
소인은 크게 탄복하여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또한 이른 바, 뉴우-노멀이라는
신통방통한 인사기준에 맞춰
능력과 경력, 업무 적격성과 도덕성은 온데간데 없고
다주택이냐 일주택이냐 무주택이냐에 촛점을 맞추어
수석급 대신들을 일괄 임명하시는 등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춘 인사를 단행하셨음에
폐하의 크고 높으신 뜻을 받들어
소인은 몸소 이를 행하고자 하였으니
스스로 갸륵한 일이 아닐 수 없사와
폐하께 삼가 아뢰오니 통촉하여 들어 주시옵소서
하여 늦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팔월에 이르러
소인이 우중에 여염의 촌락을 기웃대다
이른바 뉴우-노멀의 정신을 새삼 되새기며
다가올 구국쇄신의 기운을 점치던 와중에
마침 허기를 느껴 구수하고 진한 짜장의
정취를 탐하고자 저절로 어느 중국집에
다다르게 되었는 바,
식사 때가 한창임에도 업장에는
개미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으며
허공에는 똥파리떼가 기승을 부렸고
'여봐라 주인장은 어디있느냐' 하고 호통을 치니
한 사내가 술에 취한 듯 비틀대며 골방에서 나와
'내가 여기 주인장이오'라며 답했사온데
머리는 헝클어져 비듬이 가득하고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는데 그것이 신종 역병인지는
알 수가 없었고 또한 온몸에는 피부병에 걸린
환자 마냥 부스럼 덩어리가 가득하였사옵니다
하오나 소인은 폐하의 뉴우-노멀 정신에 입각하여
지역 맘카페를 이용한 후기 검색, 블로그 리뷰,
배달 어플 별점 등 짜장면의 맛을 검증하고자는
일체의 행위 대신,
'주인장은 다주택인가 일주택인가 무주택인가'
라는 촌철살인과 같은 질문을 던진 바,
주인장은 머리를 긁고 손톱에 때를 후비며
"장사가 잘 될때는 다주택이었으나
역병이 돌아 손님이 끊겨 생활고에 허덕이니
어쩔 수 없이 한 채를 내놔 작금에 이르러
'사실상' 일주택자요" 라는
오묘한 답을 하였사온데
이에 소인은 옳거니 무릎을 탁 치고
'이것은 필시 일주택자의 짜장이렸다?' 하며
짜장면 곱빼기를 주문하니 주인장은 서둘러
한 그릇의 짜장을 내었는 바,
면은 이미 떡이오 젓가락 하나 쑤시기 힘들고
짜장은 구수한 맛은 없고 달디 달아
설탕 덩어리요 조미료 덩어리와 진배없고
볶아진 양파와 돼지고기는 흐물흐물해
마치 유흥가 길바닥 위에 토사물과 같았사옵니다
뒤늦게 휴대폰을 꺼내어 검색을 해보니
별점은 다섯개 중 한개가 전부요
리뷰는 다음과 같았으니
★☆☆☆☆ 아재 장사 포기한 듯
★☆☆☆☆ 짜파게티 먹어라
★☆☆☆☆ 카드 은근 눈치줌
★☆☆☆☆ 주인이 확진자라던데
따위의 악평이 가득했고 소인은 그릇의
절반도 비우지 못한 채 도망치듯 가게를
나와 선별진료소를 향해 내달았사옵니다
또한
소인의 애지중지하던 낡은 승용차가
기력이 쇠하여 더 이상 운행이 불가하니
중고차 한 대를 구매하기 위해 인근의
중고차 매매단지를 방문하였는 바,
폐하의 가르침을 받들어 뉴우-노멀의 정신으로
매매상들의 사무실에 이르러 문짝을 오지게 걷어차
"여봐라 이 곳에 모인 매매상들 중
누가 다주택이오 누가 일주택이며 누가 무주택인지
이실직고하여 냉큼 아뢰렸다" 하며 일갈하니
좌중에 적막 만이 가득한 와중에
어느 매매상 하나가 나섰는데
얼굴은 험악하기 이를 데 없어 산적과도 같았고
덩치는 산 만하여 곰과 같았거니와
온 몸에는 용과 잉어와 도깨비를
조화롭게 휘감은 문신이 가득했으며 또한
기개로운 글귀가 새겨진 겉옷를 걸쳤으니 이는
'나를 일깨우는 것, 그것은 바로 YOLO' 였던 바,
이 매매상이 가래를 용렬히 끌어올려
퉤하고 뱉더니 이내 고하길
"나는 벤츠를 끌고 고시텔에 사는 카푸어요
또한 소득의 절반을 월세로 납부하는 군자이며
나머지 절반으로 차량 할부금을 납부하는 현자이니
뉴우-노멀의 산증인과 다름없소이다"
라며 껄껄 웃으며 답하였사옵니다
이에 소인은 옳거니 무릎을 탁 치고
'무주택자의 매물이니
이것은 필시 무사고차량이렸다?' 하며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 사고 유무,
이박자냐 삼박자냐의 사고 정도와
소모품의 상태, 엔진과 밋숀의
수리 여부 등을 확인하는 대신
복대에 감춰온 돈꾸러미를 풀어
당장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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