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조준사격’ 했는데…우리 군은 계속 “우발적 사고”
디케D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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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4 05:31
우리 군 당국은 3일 우리 군 감시초소(GP)를 겨냥한 북한 군의 총격이 우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브리핑에서도 이례적으로 그 근거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불필요한 대내외 긴장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또 명백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인데 총격의 파장을 지나치게 축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 군의 의도를 분석 중”이라고 하면서도 총격이 우발적이고 단순 실수라고 판단한다는 근거를 6가지나 제시했다.
합참은 우선 총격이 가해진 시간대(오전 7시41분)는 북한군 GP의 근무 교대 및 장비 점검 시간이라는 점을 들었다. 장비 점검 과정에서 실수로 총탄이 발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GP에 배치된 총기는 이미 상대방 GP를 조준한 상태다. 오발사고가 나더라도 상대 GP를 조준사격한 것처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군 GP 근처에서 주민들의 농사 활동이 계속 이뤄진 점도 합참이 꼽은 주요 근거다. 통상적으로 군사 도발을 계획하면 주변 피해를 우려해 민간인들을 사전에 대피시키지만, 총격을 전후해 북한 군 GP 주변에서 북측 주민들의 농사활동이 계속됐다고 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군의 특이한 활동도 식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총격이었다면 북한 군인들의 이상 징후가 포착됐어야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도적 도발로 보기엔 지리적 여건과 기상 요건도 좋지 않았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총격을 당한 우리 군 GP는 북한군 GP와 최단 1.5㎞, 최장 1.9㎞가량 떨어져 있다. 북한군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총기의 유효 사거리를 벗어나는 거리여서 의도적인 도발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취지다.
북한 군 GP의 고도가 우리 군 GP보다 낮다는 점도 합참은 우발적 총격의 근거로 들었다. 총격전이 벌어지면 GP 고도가 낮은 북한군이 불리하기 때문에 의도적 총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합참은 또 당시 GP 인근에 안개가 짙어 시계가 1㎞ 이내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선 도발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판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 상황과 관련된 과도한 추측과 해석이 나와 이 사건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 군의 이번 총격으로 우리 군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는데 너무 북측 입장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여전하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