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노벨상 프로젝트 [52] 서울 온 北 김용순… 임동원과 산업시찰 ‘평화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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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07:24
임동원 국정원장, 북한 김용순 초청
노벨상 공작팀은 노벨상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맞춰 임동원 국정원장이 북한의 김용순을 초청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2000년 9월 임동원은 김용순을 초청해 제주도‧포항제철 등을 안내했다. 국정원장이 왜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공개적으로 모시고 다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김대중(DJ)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대외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일종의 쇼였다.
김용순은 임동원과 짝을 이뤄 가짜 남북 화해 쇼의 매니저로 활동했지만 2003년 평양에서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에 대해선 여러 추측이 제기됐는데 그중 유력한 것은 김용순이 임동원 등 남한 측과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는 것을 우려한 김정일이 그를 제거했다는 설이었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늘 그렇듯이 이 사건의 진실도 오리무중, 누구도 확실히 확인하지 못했다.
김용순, 1.21 청와대 습격했던 박재경 동반
김용순의 방문 당시 동행했던 인물 중 북한의 4성 장군 박재경은 특히 관심을 모았다. 김정일이 한국 내 각계 인사에게 보내는 3톤 규모의 송이버섯을 들고 서울을 방문했던 북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선전 담당 부총국장 박재경은 1968년 1.21 청와대 습격 사건 당시 북한으로 도주했던 북한군 특수부대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당시 31명의 남파 공작원 중 김신조 한 명이 생포되고, 28명이 한국 경찰과 군인에 의해 사살됐으며, 2명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박재경은 그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경은 이후 2007년에도 노무현에게 김정일의 선물이라며 4톤의 송이버섯을 보내오기도 했다. 김정일이 박재경을 송이 특사로 남으로 내려보낸 것도 그의‘엿’먹이는 악취미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박노자 교수, 김한정이 DJ 수상 가능성 낙관했다 증언
이처럼 북한에 온갖 정성을 기울이면서도 DJ는 여전히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었다.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박노자 교수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며 김한정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김한정이 노벨상 관련 인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스톨셋 주교와의 친분을 통해 DJ의 수상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노벨상 공작에 대해 소수의 사람만 관련돼 극비리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몇몇 교수와 고위 인사들만 그것에 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DJ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당초 2001년 또는 2002년에 수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상회담 이후 노벨상 공작이 급속히 진행됐다고 밝혔다.
라프토 인권상 향배에 촉각 세운 공작팀
수상자 결정을 위한 투표가 임박해 오면서 DJ와 그의 공작팀은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신호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프토 재단이 수여하는 라프토 인권상이 곧 발표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라프토 인권상은 노벨상만큼 세계적으로 알려진 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노르웨이 내에서는 노벨상 이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이었다.
노벨상 프로젝트팀은 본데빅이 노르웨이로 돌아간 후 라프토 인권상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 노벨상 공작팀 요원은 혹시라도 라프토 인권상 수상이 DJ의 노벨상 수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를 우려했다.
라프토 인권상 역대 수상자 13명 중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사람은 아웅산 수치‧라모스 호르타 두 명뿐이라는 점이 이런 우려의 배경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 두 사람도 라프토상과 노벨평화상을 같은 해에 받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 라프토상을 수여하면 올해 노벨상을 받는 데 불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 라프토 인권상 유력 수상 후보
국정원 파견관 김남용은 2000년 8월22일 대사관을 방문한 람스타드를 만나 2시부터 3시 반까지 라프토 재단의 ‘11월 한반도 상황’에 대한 세미나 계획과 올해의 라프토 인권상 수상자 결정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람스타드는 DJ의 여러 경력과 업적을 감안할 때 라프토 인권상 수상 적격자로 판단하고 있으나,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라프토상을 수상하기 위해 노르웨이를 방문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수상을 제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햇볕정책을 측면 지원하고 중국 체류 탈북인들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제고시키는 차원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이 유력한 수상 후보라고 말했다. 람스타드는 또한 윤현 이사장이 다른 한 사람과 최종 경합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DJ, 라프토 인권상 수상자로 결정
김남용은 8월25일 라프토 인권재단이 금년도 인권상 수상자로 DJ를 선정했다는 보고 전문을 띄웠다. 며칠 전 람스타드가 밝히기를 거부한 최종 후보자는 결국 DJ였던 것이다.
람스타드는 이날 김남용과의 통화에서 당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DJ를 그해 라프토 인권상 수상자로 결정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알렸다. 그리고 조만간 본데빅 전 총리를 통해 이 최종 결정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면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각별히 보안을 지켜 줄 것을 당부했다.
람스타드는 9월7일 주 노르웨이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박경태 대사에게 DJ가 라프토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음을 통보하면서 당초 베르겐에서 10월4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을 9월28일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람스타드는 기자회견에서 수상자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는 철저히 대외 보안을 지켜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람스타드는 이 기자회견에는 본데빅 전 총리와 에릭 슐하임 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라프토 재단이 기자회견을 앞당긴 이유는 10월 초가 되면 국내의 여러 사정에 의해 언론의 주목을 덜 받게 될 것이라는 본데빅 전 총리의 조언 때문이었다.
라프토 재단 사무총장 “DJ에게 라프토 인권상 준 것은 실수”
한편 라프토 재단의 테레세 옙센(Therese Jebsen) 사무총장은 2005년 2월 서울의 북한 전문 뉴스 매체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DJ에게 라프토 인권상을 수상하기로 결정한 것은 큰 실수였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김대중, 노벨상 수상 취지 변질됐다’라는 데일리NK의 기사 내용이다.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의 인권 활동과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활동에 대해서 상을 수여했다.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정책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우리는 그가)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옳지 않다. 당시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의 정책이 현재까지 이어졌는데도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크다. 지금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고 북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지 타협해서는 절대 안 된다.”
2009년 7월15일 도널드 커크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그녀는 자신은 당시의 수상자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당시 재단에서는 북한 문제에 헌신한 사람에게 수상하기를 바랐는데, 막판에 DJ가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것이었다.
△김기삼 변호사의 블로그(https://niswhistleblower.tistory.com/)를 방문하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김기삼
△서울대 법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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